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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한국 방문의 참 의미는

  “고모, 저 가방 못 들어요. 무릎이 아파서.”     한국방문을 계획할 때의 마음은 답답해서였다. 팬데믹 핑계를 댈 만큼 확고한 목적도 필요성도 찾지 못한 탓에 안전하게 여행할 곳을 생각하다 가볍게 결정했다. 그냥 가볼까? 딱히 보고픈 사람도 만나야 할 사람도 없다. 자주 만나던 동창들도 없던 차, 당연히 나를 기다리는 누구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을 간다?  그냥 가보자.     그나마 공항에 마중 나와 줄 조카가 한 명 있다. 첫 돌잔치도 못 차려준 큰오빠 아들이다. 귀한 우리 박씨 집안 3대 독자에다 장손이다. 첫 딸 얻고 내내 아들 타령하던 큰 오빤, 이 아이 낳고 첫 돌 즈음 위암으로 세상 뜨셨으니 졸지에 아비 잡아먹은 자식이란 누명을 쓴 아이다. 아빠 잃고 어미는 다시 시집가고 조부모 손에서 십대를 겨우 살아남은, 나와는 시간을 서로 비껴간 그저  이름만 선명한 관계, 고모와 조카 사이다.   그 아이 초등학교 입학도 전에, 난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왔으니 무슨 살뜰한 정이 들어 기억이다 추억이다를 논할 것이 있겠는가. 어쩌다 서울 여행 때 잠깐씩 만났던 서먹한 피붙이일 뿐, 성격이 어떤지, 어찌 살아왔는지 모든 것이 몇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서 보이는 것만으로 저는 내 조카가 되고, 나는 그저 고모가 되어 오늘에 이른 상황이다.   그런 사이지만 보통 내게 보여진 그 아이는 과묵하고, 성실하고 덩치가 우람했다. 꾸준한 근육 키우기로 몸이 가꾸어졌다지만 근본 골격이 큰 편이다. 결코 지금 내 앞에 보여진 이런 체격이면 안 된다. 예전 모습의 딱 반이 되어 보여 기암 할 정도였다. 게다가 한쪽 다리를 잘룩이며 걸음걸이가 불편하다. 별 무겁지도 않은 내 가방을 굴리더니 트렁크에 들어 올릴 수가 없단다. 무릎 관절 통증이 심해서 힘을 못 쓴다면서.   순간 내 다리도 풀려 버린다. 이 녀석도 3년 후면 어느새 환갑이다. 심한 위암의 통증으로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아이들 잘 길러 달라고 울 엄마에게 간절히 부탁했다던 29살 젊은 오빠의 얼굴이 스친다.  이건 아니다. 적어도 고모라는 내 앞에, 이런 조카의 모습을 세워 둘 수는 없다. 큰 오빠, 미안합니다. 내가 이 녀석 잘 돌보겠다고 안심하시라고 크게 외쳤다.   건장한 몸뚱이 하나로 자신만만하게 오늘까지 잘 살아왔는데, 어느 날 무릎 관절을 덮친 통증으로 노동이 자유스럽지 못함을 직면하는 순간 “아, 이제 어떡하지?” 하늘이 노랗게 보이던 날 고모가 예보도 없이 오신 거란다.  앞만 보고 냅다 달리다 보니, 대책 없이 앞을 가로막은 벼랑 끝이다.     당장 하던 일 그만두게 했다. 그래도 새 사람 구할 시간을 한 달은 줘야 한단다. 당장 그만  두라고 언성을 높였다.  참을 수 있다고 걱정하지 마시란다. 도리 없어 난 기도를 한다. 무엇 하나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 녀석 이렇게 몸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다. 환갑이 내일 모랜데 이대로 계속하면 무리다. 당장 일 그만두고 회복에 전력해도 될가말가다. 노년에 병들어 처량한 꼴 되도록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러니 하나님이 도와주셔서 일 그만두게 해 주셔야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울 하나님은 내가 성질나서 기도하기 시작하면 항상 움찔하신다. 응답 주실 때까지 극성스럽게 해대는 기도를 모른 체 못하신다. 막무가내 얼토당토 무리한 기도를 해도 이치에 어긋나는 기도는 안한다. 빨리 저 녀석 일터에 사람 하나 보내주시고, 이 녀석 곧 일 그만두고 아픈 몸 치료할 수 있도록 해 주셔야겠다는 기도는 이틀을 못 넘기고 확답을 얻어 냈다.  새사람에게 일 인수인계 해 주고 퉁퉁 부은 무릎 혹사하던 일 그만두면서 쉬는 날 중에, 의외로 빠르게 회복하는 녀석을 보며 하늘에 감사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의 참 의미는, 조카 녀석 눈앞에서 내가 믿는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보여준 기회였음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이제 따로 각자의 시간 속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하나님을, 그 녀석도 나처럼 깨달아 주기만을 빌어 본다. 박기제 수필가한국 방문 한국 방문 이번 한국 무릎 관절

2022-11-24

[독자 마당] ‘일엽지추’

‘일엽지추(一葉知秋)’라는 말이 있다. 낙엽 하나로 가을이 왔음을 안다는 뜻이다.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알 수 있다는 속담도 있다. 떨어진 나뭇잎 하나로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일지 모른다. 그러나 조그만 일 한 가지로도 때론 큰 일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극동을 대표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이다. 중국은 큰 나라이고 한국과 일본은 작은 나라다. 중국은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자랑한다. 중국인들은 땅이 크기 때문에 자기 나라에서 안 나는 것이 없다고 자랑한다. 맞는 말이다.     개인이나 국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주 해결이다. 의식주의 해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동물이나 원시인들은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했다.     그러다가 산업화가 되면서 분업이 이뤄졌다. 나 같이 농사를 지을 줄도 모르고 사냥을 할 줄도 몰라도 살아 남을 수 있게 됐다. 그저 돈만 조금 벌면 마켓에 가서 먹을 음식이나 필요한 물건을 살 수가 있다.     중국은 스스로 문명과 과학을 발전시켰다. 일본은 가장 일찍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 과학을 증진시켰다.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을 보면서 발전해 나갔다.     세계에서 외환보유고가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과 일본이다. 이들은 원한다면 외국에서 무엇이든지 사올 수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꼭 필요한 물건은 가능한 한 직접 생산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요소수다. 극동 3국 중에서 요소수가 떨어져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왜 한국은 요소수 부족 현상을 예측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했을까. 한국은 지금부터라도 꼭 필요한 물건은 목록을 작성해 최소한은 자체 생산해야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이번 한국의 요소수 대란에는 적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서효원·LA독자 마당 일엽 요소수 대란 이번 한국 자기 나라

202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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